아테네 시내 지하철에서 무심코 열린 창문 유리를 바라보다가 유리에 찍힌 제조사 영어 이름이 너무 익숙하게 읽혔다. 한국어 같아서 혹시 우리 이름인가 싶어 검색해 봤는데 정말로 천안에 있는 삼원유리라는 회사였다. 유럽에서 살다 보면 삼성, 현대, 엘지 말고도 한국 기업의 이름을 종종 볼 수 있다. 이것 말고도 내가 자주 가는 슈퍼마켓, 독일의 대표 슈퍼마켓인 Rewe에도 한국기업의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전자가격표 Electronic Shelf Label(ESL)
슈퍼에 가면 매대에 상품이 진열되어 있고 가격표가 있다. 이 가격표가 한국 기업의 제품이었다. 사진으로 찍어 봤다. 종이처럼 보이지만 전자페이퍼이고, 전자식으로 표시되는 가격과 바코드다. 전자가격표 Electronic Shelf Label(ESL) 독일어로는 Ditigale Preisetiketten이라고 부른다. 진열대에 부착되어 상품 정보를 디지털 방식으로 표시하는 전자식 표시 시스템이다. 종이 라벨을 바꿔 끼우는 식과 달리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중앙 관리 시스템과 연결되어 상품 가격과 정보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중앙 관리시스템을 통해 가격을 즉시 변경할 수 있어 가격오류를 줄이고 할인 행사, 프로모션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격, 재고 정보, 프로모션 메시지를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다. 종이라벨을 수동적으로 교체할 필요가 없어 인건비와 종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종이사용을 줄여 친환경적인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또한 가격표시뿐 아니라 QR코드, 할인 정보, 제품 리뷰 등의 다양한 정보를 표시할 수 있어서 ESL은 이미 빠르게 유럽에 도입되었다.
솔루엠 SoluM
위의 전자가격표는 한국 기업인 솔루엠(SoluM)의 것이었다. 솔루엠은 2015년 9월 삼성전기의 ESL 사업이 분사되어 설립된 회사로 현재 글로벌 ESL 시장에서 주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솔루엠은 전자가격표시기 이외에도 파워 모듈, 3in1 보드 등 다양한 전자부품을 제조하여 2021년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다. 삼성전기는 2023년 3월 솔루엠 보유 지분 9.3%를 전량 매각하며 솔루엠과의 지분 관계를 정리했다.
솔루엠의 전자페이퍼 가격표시기는 유럽 외에도 여러 국가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었다. 특히 유럽, 미국, 베트남 등에서 수주가 크게 증가하여 사업 비중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백화점 체인 Macy‘s, 캐나다 대형슈퍼마켓 페인 Loblaws, 북미 건축자재 및 가전제품 소매업체 Lowe’s, 미국 동부의 슈퍼마켓 협동조합 ShopRite,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운영되는 아시아 식료품 전문 슈퍼마켓 체인 HMart, 캐나다 고급식료품점 Pete‘s, 이탈리아 명품 패션브랜드 Gucci, 캐나다에서 운영되는 사무용품 및 전자제품 소매업체 Staples Canada, 캐나다 건축자재와 관련 제품 Rona 등의 매장에서 솔루엠의 ESL 설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유럽 독일의 대형 유통업체인 레베 REWE는 2013년도부터 솔루엠의 ESL을 도입하여 2200여 개의 매장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솔루엠의 3세대 ESL 제품인 뉴튼(Newton)을 전 매장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대표 소매업체인 드럭스토러 로스만 Rossmann과 미디어마크트 Mediamakt도 솔루엠의 전자가격표시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로스만은 독일을 대표하는 드럭스토어 체인으로 유럽전역에 약 4,0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디어마크트는 독일을 기반으로 한 유럽 최대의 전자제품 소매업체로 1979년에 설립되어 현재 유럽 13개국에서 약 1,000 매장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또한 2024년 2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유럽 최대 리테일테크 전시회 'EuroCIS 2024'에 참가해 인공지능을 접목한 ESL 설루션을 선보이며 유럽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일본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라이프코퍼레이션은 2020년부터 매장에 솔루엠의 ESL을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솔루엠은 2021년 2월 2일 코스피에 상장되었으며 2024년 11월 8일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약 9,681억에 해당합니다.
솔루엠의 경쟁사
솔루엠의 경쟁사는 프랑스의 “VusionGroup(전 SES IMAGOTAG)”, 스웨덴의 프라이서 “Pricer”입니다. 이 두 기업은 전자가격표시(ESL)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VusionGroup는 1992년 Store Electronic System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으며 2014년 오스트리아의 imagotag GmbH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SES IMAGOTAG로 사명을 변경하였습니다. 2024년 10월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를 더 높이기 위해 VusionGroup로 사명을 변경하였습니다. VusionGroup은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ESL분야에서 세계 1위의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350여 개의 대형 소매업체와 협력하고 있으며 유럽, 아시아, 북미 등지에서 제품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전자가격표시기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데이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소매 설루션을 제공하여, 물리적 상점을 디지털화하고 운영 효율성을 향상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작년 2023년 기준으로 약 850명의 직원을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 25개의 지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3년 고시된 매출은 약 8억 2백만 유로입니다. VusionGroup은 프랑스 파리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었으며 VU라는 티커심벌*Ticker Symbol, 약어로 주식시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2024년 11월 기준으로 VusionGroup의 시가 총액은 약 22억 7천만 유로입니다. 1유로당 1,500원 환율을 적용하면 한화로 약 3조 3.900억 원 정도입니다.
Pricer는 1991년 스웨덴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ESL시장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로 소매업체를 위한 디지털 가격표시 솔루션을 제공하며,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Pricer의 ESL 플랫폼은 빠르고 견고하며, 상호 연결성과 확장성을 갖추고 있어 매장 운영 효율성과 고객 경험을 향상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전 세계 70개 이상의 국가에서 25,000개 이상의 소매업체 매장에 약 3억 1천만 개 이상의 Pricer의 ESL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Pricer는 스톡홀름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습니다. 프라이서의 주식은 ”PRIC B “라는 티커로 거래되며 2024년 11월 8일 기준 시가총액은 약 8억 8,300만 스웨덴 크로나로 이는 약 1,068억 원에 해당합니다.
한국기업들의 이름을 알게 되어 기뻤고, 조사하면서 다양한 분야와 시장이 있다는 걸 또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더 선전했으면 좋겠네요. 우수한 인력들이 좋은 제품들을 만들어 전 세계에 다양한 한국기업의 이름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